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변호사로 일하는 오진숙 님을 만났습니다. A Small, Good Thing ‘별것 아닌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이런 뜻이라고 합니다. 가끔 뜻밖의 사람에게 위로를 받고 도움을 받게 될 때가 있습니다. 오진숙 님은 본인이 그런 존재였으면 좋겠다고 하십니다. 인터뷰하러 갔다가 따듯한 차 한잔과 수다로 에너지를 충전했으니 저도 뜻밖의 사람에게 도움을 받았네요. 고맙습니다*  /  청주노동인권센터



# 어떤 일을 하는지?

변호사 자격을 완전히 갖춘지는 얼마되지 않았지만 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변호사는 보통 아시는 것처럼 민·형사상 법률 자문이나 소송을 대리하는 일을 기본적으로 해요. 저도 마찬가지이고요. 저는 근무시간이 딱 정해져있지는 않고요. 맡은 사건을 기간 내에 진행하면 돼요. 현재는 변호사 사무실에 소속돼서 다양한 사건을 맡고 있어요. 또 공익 변호사로 활동하려고 알아보던 중에 충북NGO센터 지원을 받아 시민사회단체 법률 지원 활동을 하게 됐어요. 예를 들면, 여성장애인단체에서 가정 폭력 상담이 들어오면 단체가 직접 법률적인 도움을 주기는 힘들잖아요. 그럴 때 제가 법률적으로 도움을 드리는 거죠. 이 활동을 시작으로 공익 활동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 공익 변호사 활동을 하겠다고 마음 먹은 계기는?

변호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레파토리는 참 많아요. 로스쿨에 입학할 때, 면접 때 계속 질문을 받아왔거든요. 다른 일을 하던 때였어요. 우연히 한겨례 신문에서 무료로 사회적 약자들을 변호하는 공익 변호사가 기사에 실렸는데 인상적이었어요. 옆에 같이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사람이겠구나 싶었지요.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고민하던때 그때 보았던 기사가 생각나더라고요. 그래서 공부를 시작했어요. 저는 어려운 사람에 대한 사랑이나 연민의 마음이 강해서 이 일을 하겠다고 마음 먹은건 아니예요. 그냥 제 성격상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를 침해당한 사람은 그 부당함에 맞서서 자신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보통 강자들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서 자기 권리를 찾는데, 약자들은 그렇지 못해요. 그래서 약자의 편에서 그분들의 목소리를 내게 하고 싶었어요. 


# 최근 진행되는 소송을 소개 해준다면?

제가 처음 섰던 재판이었는데요. 함께 일하는 최우식 변호사님을 중심으로 충북개인정보유출공익소송지원단이 꾸려졌어요. 지난해에 국민, 롯데, 농협 등 카드사 개인 정보 유출 사태가 심각했잖아요. 그때 개인정보가 유출된 분들을 모아서 카드사에 손해배상 청구를 했어요. 지금도 진행중이고요. 현재 충북지역 1064명의 피해자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추가 소송인을 모집하고 있으니까 아직 못한 분들은 인터넷에 검색해서 신청하세요. 이 소송은 수임료 대신 손해배상액의 10%를 불우이웃에게 기부하기로 했어요. 자신이 받은 도움을 다시 누군가에게 직접 나누는게 의미있다고 생각해요. 


# 독일에서 돌아온지 얼마 안됐다고 들었다. 독일은 어땠는지?

독일은 사람 중심이예요. 횡단보도가 아니어도 사람이 저 멀리서 건너려고 걸어오면 차가 미리부터 서서 기다려요. 식당에서도 띵동 벨을 눌러 사람을 부르지 않고 순서를 기다리죠. 또 우체국이 파업을 해도 불평하는 사람이 없어요. 똑같이 사람 사는 곳인데 어쩜 이렇게 다를까 고민이 많았어요. 결국 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려서부터 인권에 대해 아주 구체적으로 배우고, 또 그 인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우쳐줬기 때문이 아닐까요. 인권은 결국 스스로 찾는 거잖아요. 그렇게 어려서부터 교육을 하기 때문에 자신의 권리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권리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 일하며 힘든 것, 보람된 것은?

힘든점은 접촉면이 너무 많다는 거예요. 엄마로서 만나는 사람들, 변호사 일을 하며 만나는 사람들, 공익적인 활동을 하며 만나는 사람들, 심지어 친구들도 다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니까 서로 연결고리가 전혀 없어요. 그래서 에너지가 많이 소비돼요.

보람되는 건 아직 변호사 일을 시작한지는 얼마 되지 않아서 딱 떠오르지는 않고요. 충북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인권법학회 빵과 장미 활동을 했던게 기억에 많이 남고 보람돼요. 빵과 장미는 법을 공부하는 로스쿨 학생이 청소년에게 노동인권 교육을 하는 프로그램이었어요. 그 당시 두 가지 목표를 세웠었는데 지금 돌아보니 모두 이뤄졌어요. 하나는 전 지역의 로스쿨 인권법학회에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 자료를 배포하는 거였고요. 두 번째는 이 활동이 넓어지고 지속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함께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거였거든요. 그래서 뿌듯해요.

자기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사람들 중 하나가 노동자라고 생각해요. 제가 다른 영역은 많이 다가가고 있는데, 노동 영역에는 약간 거리감이 있었어요. 이미 앞서서 노동분야에 활동하는 변호사님들도 많고요. 그래서 저는 노동인권 교육에 더 관심이 갔어요. 더디지만 가장 빠른 길이기도 하고요. 땅속 깊숙이 뿌리 내린 나무를 바로잡는 것 보다는 아직 떡잎인 새싹들을 바르게 크도록 인도하는 것이 훨씬 쉬운 일이잖아요. 그래서 앞으로도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활동은 꾸준히 할 생각이예요. 

 

# 센터와는 어떻게 인연이?

지금 음성으로 가 계신 조광복 노무사님이 어느 식사자리에서 회원으로 가입하라기에 가입하게 됐어요. 센터가 지금도 인상적으로 남는건 어떤 노동자가 사온 만두를 다 같이 나눠먹으며 이야기 나눴던 기억때문일거예요. 친근하면서 정이 느껴지더라고요. 또 도움 받은 사람들이 회원으로 가입해서 다른 사람들을 돕는 점도 좋아요. 앞으로 제가 공익 변호 활동을 할 때 그런 부분들을 잘 배우고 싶어요.


#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오늘 인터뷰 한다기에 어떤 이야기를 할까 하다가 생각해둔 게 있어요. 한동안 차가 없어서 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엄청 불친절 하더라고요. 난폭하게 운전하고, 사람이 꽉 찼다고 안태우고, 반말도 하고. 한번은 초등학생 딸이 혼자 버스를 잘못 타서 “여기 공군부대 안가냐” 물으니 기사님이 “바보야 너 노선표도 확인 안했냐”며 그냥 길에 내팽개친 일이 있었어요. 어떻게 초등학생을 그렇게 길에 내팽개치는지 화가 나서 추적을 하다가 딸이 말려서 멈췄지만 지금도 이해할 수가 없어요. 그러다 최근에 어떤 버스를 탔는데 기사님이 정말 친절하신 거예요. 존대말로 이야기하시고, 다 타고 내릴때까지 기다려주시고요. 그러니까 제 마음도 편안하고 하루가 평탄하더라고요. 기분이 좋아서 회사랑 기사님 이름을 적어놨어요. 우진교통의 나용택 기사님이예요. 노동자가 노동하면서 긍정적인 기운을 내면 그게 주변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요. 일하는 분들이 스스로 자신의 노동에 자부심을 갖고 긍정의 아우라를 뿜으면 좋겠어요. 



인터뷰·정리 / 김현이, 김현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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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청주노동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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