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우리 아무래도 안 되겠어. 결혼해서 살면 얼마나 들지 한번 적어보자.”
남자친구와 2년 가까이 사귀니, 요즘은 자연스레 결혼 이야기도 종종 나눈다. 그런데 둘 다 돈벌이가 풍족하지는 않아 결혼해서 잘 살 수 있을지 막연한 걱정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불안한 마음을 조금 덜어보고자 결혼 후 한 달 생활비가 얼마나 들지 적어보자고 했다.


“자, 우리가 집 대출을 받아서 살테니까 한 달에 대출금을 40만원씩 갚자.”
내 말을 시작으로 한 달 생활비는 척척 적혀지기 시작했다. 자동차 주유비 30만원, 통신비 10만원, 민간보험 25만원, 공과금 15만원, 식비 20만원, 남자친구 학비 30만원, 경조사비 15만원, 용돈 각 30만원.


“전부 합쳐봐. 얼마야?”
“245만원이야.”
“돈이 부족하자나. 안되겠다. 우리 용돈을 줄이자.”
“근데, 우리 자동차 보험비랑 수리비도 모아야 하고, 애기 낳으려면 돈도 조금 모으고, 부모님 용돈도 드려야 하는데….”
역시 돈 버는 건 힘들어도 돈 쓰는 건 참 쉬웠다. 꼭 필요한 것들만 적는다고 적었는데도 돈은 부족했다.


나는 고등학생 때 친구들이 연봉 1억 되는 남자랑 결혼한다고 했을 때도, 무슨 말이냐며 80만원만 벌어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돈이 없어도 당당하고 남부럽지 않게 사는게 더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삶을 동경했다.


그런데 그 상황이 현실에 부딪쳤다. 자신의 인생에서 목표를 가지고 멋지게 살아가는 남자는 만났는데, 돈은 못 번다. 결혼이라는 현실을 직접 마주하니 고등학생 시절 나의 생각은 철없는 소녀의 생각이었음을 뼈저리게 느꼈다.


“자기야 임용고시 준비해서 선생님하면 안 돼?”
“너한테 공무원 시험 준비하라면 좋겠어?”
내 남친은 참 확고하다. 칫! 절대 내 생각대로 넘어오는 법이 없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확고한 게 좋기도 하다.


한 가정을 꾸린다는 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지금까지는 부모님이랑 같이 사니까 돈이 부족한지 몰랐는데, 결혼해서 한 가정을 꾸리려고 하니 부족하다 부족해. 자식 낳는 것이 겁이 날 정도다.


요즘 3포 세대라는 말이 종종 들린다. 바로 3가지를 포기하고 살아야 하는 세대를 말하는데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들만 적혀 있다. 연애, 결혼, 출산. 이렇게 3가지다. 나도 결혼과 출산을 고민하는 처지이니, 왜 이런 말이 나도는지 알 법도 하다. 최근에는 5포 세대도 생겼다고 한다. 포기해야 할 것이 자꾸만 늘어나는 현실이 서글퍼진다.


지난 6월 30일 2015년도 최저시급이 5,580원으로 결정됐다. 주 40시간 근무하는 사람은 월 1,166,220원의 임금을 받는다. 이 임금을 받는 사람이 어딨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생각보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최저임금 혹은 그것도 받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다.


내 남자친구는 최저임금 정도 벌고, 나는 그것보다는 더 많이 번다. 그런데도 이렇게 어떤 것을 포기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


최저임금은 법으로 강제하는 최저 기준이다. 그러면 이 최저임금이 목숨만 붙여놓는 임금이 아니라, 사람답게는 살 수 있는 임금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니, 적어도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게끔 만들지는 않아야 하는 것 아닐까. 그 금액이 얼마냐고 물으면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5,580원은 정말 아니지 아니야!  마음껏 연애와 결혼과 출산을 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글쓴이 : 김현이 (청주노동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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