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하루를 시작한다. 오전근무자와 교대를 하고 손님을 다 내려주고 가스충전을 하려면 시간이 늘 부족하기 때문에 부지런히 움직여야한다.


특히나 이번 주는 ‘명절’이 있기 때문에 다음 시간부터는 늘어나는 차량과 손님 때문에 늦장을 부리다가는 충전을 못해 낭패를 보기 때문이다.


‘명절’ 단어만 떠올려도 그동안 찾아뵙지 못한 조상님, 부모님, 형제, 자매, 친지 분들,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기분이 들뜨고 설레인다. 하지만 나에게는 ‘명절연휴’ 동안은 전쟁터를 떠올릴 만큼 힘든 날들이다.


대중교통 중에서 버스를 운행하기 시작한지가 올해로 14년쯤 되는것 같다. 처음 대중교통을 시작해서 명절을 맞이했을 때, 차례에 참석하지 못한다고 아버지가 많이도 서운해 하셨는데 이제는 그러려니 하신다. 아니 작년 설 때 처음으로 명절에 쉬는 날이 맞아서 시골집에 갔더니 깜짝 놀라셨다.


대중교통에 종사하면서 명절을 가족과 보낸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왜냐하면 누구누구 형편을 봐주고 안 봐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그해에 상복을 입은 사람을 우선으로 하고 두 번째는 외아들이나 장남(제사지낼 사람이 없는 경우) 순으로 정하고 그다음 휴차자를 쉴 수 있게 하니 거의 차례가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암튼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명절에 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어차피 마음을 비운 터라 서운 할 것도 없고 오히려 오래간만에 고향을 찾은 사람들에게 친절함을 보여주려 애를 쓴다.


하지만 이러한 마음이 오래가지 못한다. 차는 밀리고 손님들은 양손 가득 조상님께 올릴 음식재료를 들고 있기에 승하차가 자유롭지 못해 시간이 평상시보다 2배는 걸린다.


명절 바로 전날은 외지에서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이 많기도 하지만 양손가득 들은 선물꾸러미도 한몫을 한다. 특히나 버스터미널 같은 경우는 오랜만에 찾아오는 귀성길 마중 나온 차량이 버스 승강장을 차지해 버려서 정류장에 들어가는 것은 힘든 일이고 정류장 옆 차선이 2차선이면 1차선, 3차선이면 2차선에 서서 승객을 승하차해야 한다. 이때 자칫 실수를 하면 바로 사고로 이어지고 아니면 자가용 운전자와 실랑이를 벌이기 일쑤기에 긴장감은 더해만 간다.


그래도 해병전우회와 모범운전자회가 통제를 하고 도와주는 오전은 덜하지만 저녁 6시 이후는 그야말로 전쟁터나 다름없다. 운행시간을 초과해서 쉬는 시간을 반납하고 바로 회차 하면 밥을 굶기도 일수다.


이러한 애로사항을 알기에 노동조합에서 김밥과 물을 나누어 준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데 밥은 굶지 말라고…. 올해도 김밥을 나누어 주겠지? 하는 생각으로 운행을 한다. 저만치 승강장에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굶지 말고 운전하면서라도 하나씩 먹어~”
김밥을 나누어 주는 동료가 웃으면 말을 건넨다.
“네~ 오전근무 끝나고 피곤한데 고생이 하시네요! 잘 먹을게요!~”하며 인사를 건넨다. 이렇게 한 끼니를 해결 한다.

‘에휴~ 이렇게 하면서 먹고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에 자신이 초라해 보이다가도 버스가득 기쁨과 설렘으로 시끌벅적 한 것이 싫지는 않다.


내가 누군가의 귀성길에 도움이 되고 시민의 발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감정이 없었다면 아마도 벌써 다른 직장을 다니고 있겠지? ‘명절’ 나에게는 전쟁터 이긴 하지만 명절들 잘~ 보내세요~^^  <끝>

 

글쓴이 : 신중호 (우진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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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청주노동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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