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새터민의 죽음같은 고통

 

목숨 걸고 두만강을 헤엄쳐 북한을 탈출한 새터민 장영일 씨. 2003년 희망의 땅 대한민국에 온 그의 삶은 팍팍하기만 했습니다. 새터민이라는 이유로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으며 건설 현장을 전전하면서 근근이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이처럼 힘겹게 버티던 그는 건설 공사 현장에서 육중한 비계파이프에 맞아 수 미터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이 때가 2011년 10월입니다. 병원에 실려간 그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 병은 온 몸을 불로 지지는 듯한 극심한 고통을 수반합니다. 극렬한 고통을 견디다 못한 그는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근로복지공단은 산재 불승인 처분을 내렸습니다. 미국에서도 이미 폐기된 과거의 진단 기준을 적용하여 판정했기 때문입니다. 새터민 장영일 씨는 마약 성분의 진통제를 처방받아 간신히 고통을 견뎌내다가 결국‘척수신경자극기’를 몸 안에 삽입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이 기계는 고통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는데, 수입 장비로서 교체 비용만 해도 수 천 만원에 달합니다. 또한 조금만 심하게 움직여도 기계 회로가 끊어져 재수술을 받아야 합니다. 실제로 회로가 끊어져 재수술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제 새터민 장영일 씨는 일도 제대로 할 수 없는데 치료비는 이미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앞으로도 얼마가 더 들지 알 수 없습니다. 아내와 두 아이를 둔 가장으로서 장영일 씨는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살아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으로 고통 받는 환자가 전국적으로 2만 여명에 달하는데도, 의학계에서 통용되는 진단 기준을 외면한 결과, 근로복지공단은 여론의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공단은 뒤늦게 국내외 의학계에서 널리 사용하는 진단 기준으로 재판정하겠다고 공표하였습니다.

 

이제라도 근로복지공단은 새터민 장영일 씨의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을 산재로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더 이상 장영일 씨와 그 가족에게 고통을 가해서는 안 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힘을 합하여 장영일 씨와 그 가족이 대한민국에서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2014년 11월 19일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Posted by 청주노동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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