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서러워 눈물이 펑펑 쏟아질 때가 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다가도 괜히 예민해져서는 눈물이 난다. 그날도 그랬다. 평소에는 별로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유독 그날은 서글퍼져서 눈물이 났다.


그 날은 회의가 2개 있었다. 두 회의 모두 내가 자료를 준비해야 해서 아침부터 정신이 없었다. 점심도 못 먹고 회의 준비를 하고 첫번째 회의 장소로 갔다.


충북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회의였다. 보통 다른 공동집행위원장이 회의를 진행한다. 그날도 그 분이 회의를 진행했다. 그런데 회의 도중 회계 설명을 나보고 하라고 했다. 평소에도 회계 설명은 내가 해왔었다. 그런데 그날은 유독 나에게 회계 설명을 하라고 한 것이 기분 나빴다.


‘회의자료 대로 설명하면 되는데 왜 굳이 나한테 하라는 거야.’


회계 보고만 내가 하게 되니 꼭 나는 회계 일만 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빴다.

 


회의 내내 기분이 뚱해서 앉아 있다가 두 번째 회의를 하러 나왔다. 들어가는 길 배는 왜 이리 고픈지 김밥을 하나 사서 차에서 먹으면서 사무실로 갔다. 꾸역꾸역 김밥을 먹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 한번 시작된 눈물은 그칠 줄을 몰랐고, 엉엉 울고 말았다.


하루 종일 밥도 못먹으면서 한게 회의자료 만들고 회계나 보고하는 거였다니. 그 사실에 자꾸 눈물이 났다. 나는 도대체 뭘 하나 싶었다.


요즘 중학교, 고등학교로 노동인권 교육을 하러 간다. 노동의 가치를 이야기해주면서 모든 노동의 가치는 소중하다고 청소년들에게 말한다. 그런데 내 입으로는 모든 노동의 가치가 소중하다고 말하면서도 주변업무를 하게 되는 내 자신이 가끔씩 싫고, 답답하다.


일을 하는데 있어서 각자가 잘하는 영역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름 성격이 꼼꼼해서 이것저것 잘 챙긴다. 예쁘게 무언가를 만드는 것도 좋아한다. 그래서 뭘 작성할때도 글 쓰는 것 못지않게 주변 꾸미는 것도 신경 쓴다. 그래서 어떤 업무를 나눌 때도 내가 쉽게 할 수 있는 일들. 사무적인 일들이나 소소하게 챙겨야 하는 일들을 많이 맡는 편이다.


나는 그 일 자체가 싫지는 않다. 오히려 내 성격에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뭐가 나를 자꾸 속상하게 하는 걸까.


모든 노동의 가치가 같다면 내가 어떤 일을 하건 열등감을 느낄 필요도 없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는 것일텐데 실상은 그렇지 않은 걸까.


우리 사회는 내가 하는 일들의 가치를 그리 높게 쳐주지 않는다. 그런 사회에서 30년 가까이 살아와서인지 나도 내 일이 의미없게 느껴질때가 있다. 필요한 일이지만 그리 중요하지는 않다고 느낀다.


교육을 나가면 청소년들에게 거북선은 누가 만들었는지 묻는다. 다수의 청소년들은 이순신 장군이라고 대답한다. 청소년들이 거북선을 많든 수많은 노동자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나의 노동도 세상에는 기억되지 못한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기억되지 않는다고 해도  수많은 노동자들이 각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거북선을 함께 만들었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사람의 노동을 통하지 않고 존재하는 것이 거의 없다. 자연에서 그대로 주어진 것 외에는 다 사람의 노동을 통해 존재한다. 지금 내가 이 글을 쓰는 공간만 보더라도, 빌딩, 컴퓨터, 책상, 복사기, 전화기, 종이 등등 모두 노동을 통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순신만 기억하는 세상에서 내가 하는 일을 있는 그대로 소중히 여기며 일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자신이 없다. 여전히 나 스스로도 노동에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한다. 입으로 모든 노동의 가치는 같다고 말해도 우리 사회가, 내가 살아온 삶이 그렇지 않다고 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내가 살아온 살아갈 모든 삶은 노동을 통해 존재한다는 거다. 그 가치의 중하고 중하지 않고는 모르겠으나 내가 딛고 있는 이 자리는 일하는 사람들이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잊지 않고 놓치지 않고 일해야겠다.  <끝>

 

글쓴이 : 김현이 (청주노동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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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청주노동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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