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1일 배명순 회원을 만났습니다. 책장 속 빼곡한 푸른책과 여기저기 놓여있는 서류. 그 위 위태롭게 놓여있는 화분. 연구원을 떠올리면 책더미가 함께 떠오릅니다. 그래서인지 그 공간을 들어갔을 때 참 연구원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배명순 회원은 책보다는 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습니다. 그 이야기 한번 들어보세요~ / 청주노동인권센터


 

 

# 어떤 일을 하시나요?
지방자치단체 환경 정책을 연구해요. 그 중에서도 수질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어요. 물은 여러모로 참 중요하잖아요. 오염된 물을 어떻게 하면 오염되지 않게 할 수 있을지, 또 무심천이나 미호천을 어떻게 하면 다시 되살릴 수 있을지 방법을 찾고 연구하고 지자체에 조언하는 일을 합니다. 보통 연구는 지자체에서 의뢰해 오는 경우도 있고 자체적으로 그 주제를 잡기도 해요. 한 연구과제는 짧게는 2~3개월에서 길게는 1년 진행합니다.

 

# 본래 환경문제와 관심이 많으셨나요?
원래 전공이 도시공학이었는데요. 도시공학에는 도시계획, 설계, 교통, 주택, 환경 여러분야가 있거든요. 저는 그 중에서도 환경 쪽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박사학위까지 받고 2004년 환경부 산하의 국립과학원에서 일하다가 2007년도에 충북발전연구원으로 오게 됐죠.

 

# 환경단체와도 계속 관계를 가지고 계시다고 들었는데요.
네. 회원이기도 하고 직접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특별히 제가 도와드리는 것은 없지만 늘 배우려고 갑니다.
환경이 깨끗하려면 우리가 불편해야 되고, 경제 발전도 더뎌져야 해요. 대부분의 시민도 이런 사실을 알지만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힘드니 환경보다는 경제만 이야기 해요. 확연히 드러나는 게 바로 선거 표에요. 선거에서 환경을 1순위로 외치는 사람은 거의 없잖아요. 대부분은 기업유치에 중점을 둡니다.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고 그렇게 해야 지지를 받으니까요. 시민들의 환경 의식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먼 것 같아요.
그것을 정치적으로 풀기는 어렵지만 시민운동으로 풀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환경단체에서 하고 있는 CO2 감축 시민 참여 운동이 5년 정도 지났는데 시민들 반응이 좋아요. 이런 활동이 환경 예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지만 더 중요한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보다 직접 현장에서 뛰는게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환경단체와도 계속 관계를 가져가고 있어요.

 

# 환경 문제를 연구하다보면 고민도 있으실 것 같은데요.
요즘 대청댐 주변에 규제가 워낙 심하거든요. 상수원 보호를 위해 규제를 하긴 하지만 그 지역 주변 주민들은 규제가 심하면 재산에 피해를 입거든요. 그래서 이런 부분을 어떻게 조정 하느냐가 늘 숙제예요. 지금까지는 상수원을 보호한다는 큰 대의를 위해서 주민들이 희생을 강요당해왔어요. 하지만 주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사회 인식이 바뀌면서 ‘환경도 중요하지만 지역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요. 환경만 생각하면 당연히 규제가 심해져야 하지만 마을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면 그렇게 할 수만은 없다는게 수긍이 되요. 상수원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도 필요하지만 지역 주민들이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도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 둘 사이에 균형을 잘 맞춰야 할 것 같아요.

 

# 센터랑은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나요?
개인적으로 보면 안 좋았던 일이죠. 해고문제였어요. 연구원 내부 평가체계에 문제가 있기도 했지만 그것을 못 따른 제 책임도 있다고 생각은 해요. 하지만 그 기준을 적용하는데 있어서 문제가 있었어요. 그래서 내가 잘못한 것은 인정하되 잘못된 부분은 고쳐야 겠다 생각했죠. 그 찰나에 연구원에서 노동인권센터랑 연을 맺고 계신 박사님을 통해 센터를 알게 됐고, 상담을 받게 되어요.

 

# 이런 일을 겪으면서 스스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요?
저도 사실 제 일을 겪기 전에는 주변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어요. 연구원이라고 하면 보통 뭐든지 앞서 나가고 선도적이라고 생각하자나요. 그런데 막상 들여다보면 환경문제, 인권문제에 앞서나가지 못해 늘 안타까움이 있었어요. 연구원에 비정규직도 많거든요. 참 사각지대인데…. 우리 연구원이 이런 문제에 앞서 날갈 수 있도록 내가 뭔가 해야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노사협의회를 만들었다가 한계가 있어서 노동조합을 만들었어요. 연구원들이 노조라니, 처음에는 낯설었는데 의외로 연구원 노조가 많고, 이것 저것 안보이던 것들이 보이면서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되었어요.


# 센터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저는 지인 때문에 알게 되었는데 그전에는 이런 곳이 있는지 잘 몰랐어요.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이곳이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찾아갈 수 있는 곳이 여기구나 라는 것을 잘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들이 몰라서 도움을 못받는 일이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 올 한해 개인적인 바람이 있으시다면?
개인적으로는 딸이 6학년 되면서 사춘기인지 까칠해졌거든요. 딸이 중학생 되기 전에 친밀감을 쌓고 싶어요.
일은 지금처럼 열심히 하면서 더 많이 현장으로 나가서 배우고 싶고요. 또 한편으로는 우리노동조합이 비정규직 연구원들의 노동처우 문제에 관심을 가져서, 연구원이 앞장서서 연구원 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어요.  <끝>

 

인터뷰·정리 / 김현이, 신은수

Posted by 청주노동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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