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 개똥이라 부를거면 인호라는 이름은 왜 지었냐고 반항을 거듭하는 개똥이가 또(?) 휴가를 나왔다. 개똥이와 오랜만에 목욕탕 갔다 와서 헐렁한 혁띠를 맞추다보니 개똥이가 세상에 나오던 날이 생각난다.


개똥이가 뱃속에 있을 때 다달이 하는 검사에서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의사로부터 들었다. 태아 폐에 구멍이 있어서 출산하는 날 바로 수술을 해야 되니 소견서를 가지고 충대병원으로 가야된단다. 피를 말리는 아홉 달 이 지났다.


개똥이는 93년 8월 6일 오후1시 5분 충대병원에서 태어났고 바로 인큐베이터에 들어갔다. 신생아 얼굴도 못 본 채, 밤 열두시가 넘어서야 의사가 병실로 찾아와 수술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부작용은 몇 퍼센트, 성공할 확률은 몇 퍼센트 등등.


그러나 걱정된 것은 신생아는 마취를 안한단다. 마취를 안해도 신생아는 고통을 별로 못 느낀다는 설명이다. 수술동의서에 싸인을 하고 복도에서 기다리는데, 신생아 중환자실 어두운 복도에 울리는 아이의 자지러지는 울음소리. 지금도 그날의 울음 소리가 귓가에 생생하다.


수술이 잘 되었다는 의사의 말에 인큐베이터 속 개똥이를 보니 오장육부가 다 녹는다. 20cm가 될까 말까 한 작은 몸 팔다리에 연결된 주사바늘과 호스, 호흡을 하는 듯 오르락내리락하는 주먹보다도 작은 가슴과 배. ‘제발 살아만다오!!’


산모가 있는 병실에 돌아오니 다리가 풀렸다. 미칠 것 같았지만 내색도 못하고 잠들어 있는 산모만 물끄러미 쳐다보며 속으로 간절히 기도 할뿐이었다.


2인용인 병실에는 다른 산모도 있었는데 그 집은 딸이었고 상태는 비관적이었다. 병원생활이 더해질수록 그 딸아이의 아빠는 점점 더 어두운 표정으로 병실로 들어오곤 했다. 하루는 나도 힘들어서 저녁에 술 한잔 하자는 딸아이 아빠와 병원 근처로 갔다. 그 딸아이 아빠가 자기 딸은 가망이 없다고 울음을 터트린다. 비슷한 처지의 나와 그 딸아이 아빠는 손을 맞잡고 한참 눈물을 흘렸다.


병실에 돌아오니, 퇴원 후 아이들 입힐 옷과 신발, 분유 등에 대해서 웃으며 대화를 하던 두 산모가 우리를 보며 지금 술먹고 다니냐며 핀잔했다. 그 소리에 그저 웃으며 그래 그래 하는 나와 그딸아이 아빠는 답답하고 무거운 마음에 미칠 것 같았다.


불행하게도 다음날 그 딸아이는 짤디 짧은 이 세상 소풍을 마치고 엄마의 통곡과 함께 천사가 되었고, 그 후 개똥이는 상태가 좋아져서 일주일만에 퇴원하게 되었다.


세상 다 얻은 것 같았던 퇴원하는 날 아침. 병원비를 찾으러 은행을 갔더니 문이 닫혔다.


‘어라? 은행 앞에 전경은 뭐고 문은 왜 닫혔지? 강도가 들었나?’ 하며 바삐 다른 은행을 갔더니 그곳도! 다시 다른 은행을 갔어도 마찬가지로 문이 닫혀 있었다. 급한 마음에 전경을 붙잡고 오늘 은행이 왜 전부 문을 닫았냐 물었더니 문앞에 붙여진 종이를 가리킨다. 금융실명제? 이게 뭐냐! 오늘부로 대통령이 금융실명제를 실시해서 전국의 모든 은행은 문을 닫았단다!


‘이런젠장!! 나 지금, 개똥이 퇴원 시켜야 되는데. 이눔의 대통령이 미쳤나. 하필이면!’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그날처럼 대통령 욕해 본적은, 명바뀌기 전까지는 없었다. 퇴원 후 다행히 울 개똥이는 지금까지 의료보험 카드가 깨끗하도록 소소한 감기외엔 아픈적이 없다.


그런데 요즘은 육군 간 지 친구들은 제대를 했는데, 공군을 가서 몇 달 더 군생활을 해야되는 개똥이는 나에게 갑중의 갑이고, 갑질도 제대로다. 군대를 안갔어야 된다느니, 형 처럼 차라리 해병대를 갔어야 된다느니, 이제 휴가도 안나온다느니, 휴가 나오면 아빠는 터미널로 데리러 와야 되고. 할머니는 맛난거 해놓고 버선발로 현관문을 열어줘야 된단다. 그리고, 이게 다 아빠 탓이라며, 껑충 큰키로 지 애비를 내려다 본다.


맞긴 맞는 말이다. 군면제에 일년의 유학과 취업이 보장된 대학생활를 접고, 남자는 군대를 갔다와야 된다는 이 애비의 말에 등떠밀려 군대에 갔으니. 암튼, 군대 간것을 언제까지 우려 먹을려고 하는지 갑질도 점점 도를 더해간다.


개똥아~ 그래봤자 군 생활은 이제 끝나가고 넌 나에게 한결같이 쬐끄만 애기인 개똥이로 밖에 안 보인다 이눔아!! 이제 두달남은 군생활, 말년 휴가는 나오지 말고 마무리 잘해라. 제~발!!  <끝>

 

 

글쓴이 : 김기현 ( 공민교통에서 택시기사로 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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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청주노동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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