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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슈/기사&칼럼

‘서로 가치 계발’의 소통

일상생활의 핵심 화두 중의 하나로 ‘소통’을 들 수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소통이 잘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정에서는 부부간, 부모와 자식간, 사회에서는 시민과 정치인, 정치인들간, 다양한 거래관계자들간, 조직경영에서는 노와 사, 조직 구성원간, 학교에서는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등 관계하는 대다수 사람들 사이에 소통문제로 힘들어 하고 있다.


1년이 넘도록 제대로 된 해결을 찾지 못하고 있는 세월호 참사 사건도 정치인과 시민, 그리고 유가족간 소통이 안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5월1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의 연구 발표에 따르면 청소년 5명 중 1명꼴로 자살충동을 경험했고, 가장 큰 원인이 부모와의 관계라고 한다. 사회적 대타협점을 이끌어내기 위해 모였던 노사정 위원회도 4월8일 한국노총이 노사정 대타협중단을 선언하여 소통의 문제를 남긴 채 결렬됐다. 결렬과 관련하여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동계가 청년실업문제는 외면한 채 기득권 유지에만 급급했다고 주장하였고, 반면 한국노총 이정식 사무처장은 “대·중소기업 격차완화가 먼저인데 정부와 경영계는 노동계에 양보만 요구했다. 한국노총이 조합원에게 불이익이 되는 결정을 어떻게 할 수 있나”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4월9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정부가 독자적으로 노동시장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하면서 해고와 취업규칙변경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노동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렇듯 사회 전반적으로 소통이 되지 않아 개인과 사회가 어려움에 있다. 김창욱은 그의 저서 ‘소통형 인간’에서 “한의학 서적에 보면 통(通)하지 않으면 통(痛)이 온다는 말이 있다. 이건 의학뿐 아니라 우리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소통(疏通)되지 않으면 고통(苦痛)이 오기 마련이다.”라고 적고 있다. 소통과 함께 일상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단어로 ‘치유(힐링)’가 있는데, 불통으로 고통받고 있는 소통부재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치유를 위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개인의 아픔이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불통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다반사이므로 개인적 노력에 의한 치유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 불통을 해결하도록 하여야 한다.


사회적으로 소통이 잘되게 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대원칙이 정립되어 작동되어야하는데, 그 대원칙으로 ‘서로 가치계발’을 두었으면 한다. 소통이라는 communication의 원래 뜻은 ‘상호 공통점을 나누어 갖는다.’로 ‘공통, 공유’의 의미를 갖는 라틴어 communis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개인과 집단이 정보, 감정, 사상, 의견 등을 서로 전달하고 교류하며 공유하기 위해서는 먼저 서로의 존재가치를 존중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즉  ‘모든 존재하는 것은 존재가치가 있고, 그래서 모든 존재는 소중하다.’는 전제하에 서로의 존재가치를 아름답게 다듬어가는 ‘서로 가치계발’ 이 우리 사회의 대원칙으로 작동하여야 한다. 서로의 존재가치를 존중하는 가운데 경쟁이 아니라 협력하고, 서열이 아니라 평등의 관계를 지향하는 삶에 대한 사회적 대원칙이 마련되면 많은 사람들이 제시하는 다양한 소통의 방법들이 ‘서로 가치계발’이라는 대원칙하에서 사용되어 진정한 소통의 방법으로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말하지 말고 대화하라’의 저자 백기복은 기쁨, 분노 등 감정이나 정서로서 소통하는 감정소통, 판단이나 분석 결과로 소통하는 이성소통, 영적 감흥이나 깨달음을 갖기 위한 영감소통의 세가지 소통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세가지 소통도 서로의 가치를 계발하는 ‘서로 가치계발’의 소통과 연계되어 작동되어야 의미가 있다. 서로의 존재가치를 존중하지 않은 상황에서 감정소통은 기쁨보다는 분노를 만들고, 이성소통은 합리를 가장한 잔재주와 편법을 동원하게 하고, 영감소통은 본원적 깨달음보다는 찰라적 감흥에 도취하게 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우리 사회는 격한 분노, 조직화된 편법, 의미를 잃은 감흥이 넘치는 아픈 사회라고 진단해 볼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서로 가치계발’의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우리 정부는 노사정 대타협 과정에서 경영계의 입장에 서서 노동계를 압박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였는데, 사회안전망을 구축하여 어떠한 상황에서도 인간의 품위를 유지하면서 ‘서로 가치계발’하게 하고 경영계와 노동계가 소통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었던 덴마크 정부의 역할에서 시사점을 찾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끝>

 

글쓴이 : 홍성학 (청주노동인권센터 운영위원이고, 충북보건과학대학교에서 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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