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노동자가 목숨 걸고 일해야 하는가. 어느 방송에서 보도한 대로 “그는 살 수도 있었다.” 청주의 한 화장품 제조 회사에서 지게차에 깔린 노동자를 빨리 병원에 이송했더라면 그는 살 수도 있었다. 동료 노동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대원을 회사는 단순 찰과상이라며 돌려보내는 해괴한 짓을 벌였다. 그 후 회사가 승합차에 재해 노동자를 싣고 가다가 다시 지정 병원 구급차에 옮겨 멀리 떨어진 지정 병원까지 가는 과정에서 귀중한 시간을 허비했다. 결국 재해 노동자는 사망했다.

 

이는 산재 은폐의 전형이다. 회사는 산업 재해가 발생했을 때 119에 신고하지 않고 회사 지정 병원에서 치료 받게 함으로써 산재 사고를 숨기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 후 재해 노동자와 합의하여 사고를 조용히 끝내려 한다. 산재 사고가 노동부에 보고되면 여러 가지 불이익이 따르기 때문이다. 산재 보험료율이 오르고, 관계 당국의 관리·감독 대상이 되며, 각종 입찰 등에 제한을 받을 수도 있다. 더구나 하청업체의 경우, 원청업체와 재계약을 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더더욱 산재 사고를 숨기려 한다.

 

오늘은 4·16 세월호 참사 후 496일이 되는 날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수많은 산업재해와 대형 사고가 끊이지 않았지만, 쉽게 잊혀졌고 근본 대책은 없었다. 생명보다 돈을 앞세우는 자본 논리 앞에 소중한 목숨이 허무하게 사라져갔다. 이러한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면서 노동자의 안전을 외면하고 있다. 위험한 일터에서 노동자는 목숨 걸고 일할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 노동자가 목숨 걸고 일해야 하는가. 일터에서 노동자가 병에 걸리거나 죽어도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는 벌금만 내고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는다. 현행 형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으로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뿐이다. 그러니 기업은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해치면서 돈을 버는 일에 몰두하는 것이다.

 

이번 지게차 사망 사건도 결국 생명보다 돈을 앞세우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병폐가 고스란히 드러난 결과다. 관계 기관인 고용노동부와 경찰·검찰 등이 이번 산재 은폐 사건을 엄중하게 처리할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정부는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을 제대로 처벌할 수 있는 법(‘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제정하여 노동자의 안전을 온전하게 보장하라.

 

 

2015년 8월 24일 / 청주노동인권센터

Posted by 청주노동인권센터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