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직장생활을 한 곳이 빵을 만드는 회사였다. 주야 12시간 맞교대에 일요일 까지 근무해서 24만원을 받았다. 급여도 보잘 것 없었지만 야간노동이 얼마나 힘들던지 잠을 잘 때 다리에서 경련이 자주 일어났다. 군 생활을 해안 경비대에서 했는데 해가 진후에는 해안선에서 보초를 서고 해가 뜨면 철수를 해서 오전에 잠을 자는 생활이었다. 수시로 집합해서 기합 받고 얻어맞았지만 이는 참을 만했다. 정말 못 참겠던 것은 잠이었다. 얼마나 잠이 부족했던지 이렇게 살 바엔 탈영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루에 골백번도 더 했던 것 같다. 그래도 적응을 했다. 다름 아닌 고참병 따라 하기였다. 고참병은 앉아서 자고 나는 되돌아 참호에 기대에 자는 식이었다. 보초를 서는 게 아니라 참호로 잠을 자러 가게 되면서 군 생활에도 적응이 되었다. 죽어도 3교대 사업장에는 가지 않겠다고 맹세를 했지만 결국은 3교대 사업장에서 일을 했는데 20여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생각해도 야간노동은 정말이지 굉장히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심야노동 철폐를 내걸고 투쟁했던 00사업장에서 노동자 한 분이 자결하는 일이 벌어졌다. 물론 투쟁의 과정에서 벌어진 동료들의 분열과 갈등 사용자의 악랄한 탄압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겠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심야노동의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우리 사회는 전기, 가스, 통신, 병원 등 필수 공익사업장이나 석유화학, 철강제조 산업에서 불가피하게 심야노동을 한다. 또한 노동자들의 소비활동을 도와 각종 서비스산업에서 심야노동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대부분은 기업의 이윤을 위해 생산 활동의 효율성을 위해서 심야노동을 하게 된다. 

보도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 중 11~13% 가 야간노동을 한다고 한다. 유럽 27개국의 야간 및 교대제가 17%이지만 이들은 주당 노동시간은 30~40시간 정도로 우리나라 보다 훨씬 적다. 심야노동을 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불규칙한 수면으로 스트레스 불면증에 시달리게 된다. 식사가 불규칙하고 야식을 먹게 되므로 만성위장병에 시달리게 된다. 교대제 근무를 하게 되므로 대인관계가 없어지고, 육아가 어려워지는 등 삶 자체가 피곤하고 망가진다. 심지어 수명까지 단축된다고 하니 어쩔 수 없는 심야노동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기업의 이윤을 위한 심야노동은 앞으로 점차 줄어들어 결국에는 없어지는 게 바람직하다. 

과연 심야노동은 어떻게 하면 줄어들까? 자본주의에서 기업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려면 법을 통해 기업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근로기준법에는 사용자에게 시간외 근무와 휴일근무 야간근무에 대한 부담을 지움으로써 노동자들의 건강을 챙긴다는 그럴듯한 논리로 가지고 가산수당을 법제화 시켜놓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이는 노동시간을 연장하고 심야노동을 시키기 위한 하나의 미끼이다. 오히려 기업들은 이 미끼를 통해서 추가의 생산설비 없이도 생산 활동의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이 법은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업들의 생산 활동을 위한 것인데 이는 가산수당이 턱없이 적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심야노동을 줄이려는 노력 가운데 야간수당 인상을 사회적으로 쟁점화 시켜가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노동자들의 건강과 바꾸는 야간수당의 대폭 인상을 법제화 할 수 있다면, 기업들은 야간 생산 활동을 기피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연장 휴일 야간에 대한 가산수당이 없다는 사실이다. 참으로 난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노동인권을 방치하고 정규직의 심야노동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우리 사회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차별과 양극화의 상징처럼 돼버린 비정규직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심야노동의 문제는 진전될 수 없을 듯싶다.


글쓴이 : 오현식 (청주노동인권센터에서 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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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청주노동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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